두발로...

[스크랩] 먼길을 걸어서 떠나는 등짐 꾸리기 일반

흰머리소년, 백두 2005. 3. 26. 16:27
 
*** 먼길을 걸어서 떠나는 등짐 꾸리기 일반 ***

나는 언제나 먼길을 걸어서 떠나려고 할 땐 
등짐 속에 뭘 넣어 갈건가 하고 늘 신경을 쓴다 
등산용 배낭에 숙식을 위한 장비도 넣어 갈까? 
아님 작은 등가방에 가벼운 여벌옷 한벌 만 넣어 갈까? 
그것도 아니라면 색(sack) 하나만 옆구리에 달랑 차고 떠나 볼까하고...! 
먼 길 떠나는 등짐을 꾸리다 보면 가슴이 먼저 설레여 온다 
이것도 가져 가야 겠고 저것도 등짐 속에 넣으면 긴요하게 쓰일 것 같다 
이리 저리 매만지다 보면 배낭 속엔 뭐가 그리도 많이 들어있는지~! 
다 채워진 배낭을 한쪽 귀퉁이에 옮겨 놓을려고 들어 보면 무게가 작난이 아니다 
다시 배낭을 풀어 정리하다 보면 시간이 훌적 지나 가버리기가 일쑤고 
때론 짐 꾸리면서 준비물 손질하다 보면 밤잠을 설치는 때도 있다 
도보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짐꾸리기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수년 전 내가 난생 처음으로 한반도 도보 종주를 시작 하려고 
등짐을 꾸릴 때, 등짐 꾸리는 기본 상식이나 정보를 전혀 갖지 못했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서나 주변의 경험자들의 덕담을 들을 수도 있고 
한비야님의 한반도 도보 종주기인 "바람의 딸 한국에 서다"라는 책도 
읽을 수있지만 그 시절 나는 도보여행의 초보 중의 왕초보 였었다 
다만 어릴적 어른들에게서 어깨 넘어로 줏어 들어 왔던 
"먼길 걸어 떠날 땐 속눈썹도 뽑고가라" 는 속담과 
"한양에 과거보러 갈땐 눈썹도 뽑고 가라"는 속담을 연상하면서 등짐을 꾸렸었다 
가벼운 속겉옷 한벌 씩과 예비 신발 한 컬레 그리고 소량의 잡동사니 몇가지를 
작은 등가방에 챙겨 넣었더니 채 3kg도 않되는 것 같았다 
이 쯤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자신 하면서 길을 떠났다가 
등짐의 무게에 겨워 끝날 무렵엔 응원 나온 친구 편으로 짐을 몽땅 보내 버린 적이있다 
아~! 
눈썹도 뽑고가라는 의미가 바로 이것 이구나~! 
아하~! 
속담 속에 있는 심오한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댓가를 치루었구나~! 
이 이후로 나는 먼길을 걸어서 떠날 등짐을 꾸리는 이들에게 이 속담을 자주 인용한다 
이 속담만 잘 이해 한다면 망서리지도 않고 빠르고, 쉽게 가벼운 등짐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역하면 우리 몸 체중에 비해 속눈썹 그자체는 아주 미세 할지라도 먼길을 걸을 땐 
부담이 되므로 이를 제거하고 떠나라는 말이다 
다시말하면 힘들이지 않고 보다 빨리 걸어서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털끝만한 등짐 무게도 
줄여야 된다는 뜻이 함축 되어 있다 
옜날 처럼 대중 교통 수단이 없었던 우리 선조들은 오로지 먼 길을 걸어서만 
다니면서 체험한 결과를 이속담속에 지혜롭고 해학적으로 묘사해 놓았다
그래서 이 속담이야 말로 오늘날 내 국토를 나의 두발로 걸어 보려는소망을 가진 
우리들에게는 진귀라고 값진 보배인 것이다 
나는 이 속담이 보배처럼 느껴지기에 먼길을 걸어서 떠나려고 등짐을 꾸리시는
분에게 이 속담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강조 하고 싶어 진다 
          
                              도보 배낭

이 속담을 염두에 두고 등짐 무게를 줄이기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 본다면 
배낭 속에 꼭 들어 있어야 할 짐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배낭 그 자체의 무게도 줄일 수 있는데 까지 줄여야 한다 
얇고 튼튼하고 가벼운 천으로 만든 배낭을 골라야 하고.. 
입고 갈 옷이나 여벌 옷을 챙길 때에도 가볍운 옷을 선택 해야겠다 
떠날 때 입고 가는 옷은 나중에 배낭 속으로, 배낭 속의 옷은 
입는 옷으로 바뀌지만 내 몸에 걸려있는 총 무게는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옷을 살 때부터 가볍고 편리한 옷을 선택함으로써 
여벌 옷 한벌로도 계절이 바뀔 때까지 등짐 부담 없이 버틸 수있게 될것이다 
다른 준비물을 챙길 때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의 성격이나 목적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여벌 속겉옷 한벌씩외 세면 도구를 제외하고는 더 챙겨야 할 준비물은 거의 없다 
혹 있다 하더래도 길을 가는 도중 필요할 때 구입하여 사용하면 된다 
대한민국 어딜 가더라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세세한 것까지 챙겨 등짐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골 같은데서 구입 하면 비싸지 않느냐고 반문 할지는 몰라도 그렇진 않다 
반대로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구입여 준비해 갔었는데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낑낑대며 
짊어지고 다니다가 결국 되돌아 왔다면 더 많은 금전을 지불한 꼴이 된다 
그리고 필요없는 등짐은 몸에 하중을 가중시켜 허리를 상하게 하고 
물집을 생기게 하는 요인이 되어 걷는 기간 내내 등짐 주인을 괴롭힐 것이다 
걷는 동안 등짐의 노예에서 벗어나 깊은 사색에 잠겨도 보고 
또 더 많은 여행 부산물을 얻어 오기 위해서라도 등짐으로 부터 자유스러워야 하며 
도보 여행자의 최대 불명예인 등짐의 노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등짐으로 부터 해방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선조들이 남긴 속담을 다시 한번 생각 해 보자 
"먼 길을 걸어서 가려면 속눈썹도 뽑고 가라" 
"한양 천리길 과거 보러 갈 땐 눈썹도 뽑고 가라" 
출처 :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글쓴이 : 용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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